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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이카 UNV] 몽골에서 출근 2
    UNV 2016. 3. 1. 15:53


    [코이카 unv] 몽골에서 출근 2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이 없다. 스마트폰이 없어서는 아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 추운 날씨 탓이 가장 크겠지만, 날씨 말고도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횡단보도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을 여유가 없다. 인구 300만 명 중 50%가 수도 울란바토르에 모여 산다. 좁은 곳에 사람이 사는 만큼 자동차도 많다. 결국 24시간 도로는 주차장이다. 꼬리물기는 기본이고 신호 무시하고 빨간 불 초록 불에 달리는 자동차들. 길을 건너고 싶으면 신호등이 아니라 주위 사람을 살펴야 한다. 2명은 위험하고 3-4명이 함께 건너면 신호에 상관없이 차들이 멈춘다. 신호기다리며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으면 절대로 길을 못 건넌다. 빨간 불이던 초록 불이던 사람이 모였을 때 눈치 보며 재빨리 따라 건너야 한다.

     

    소매치기와 구걸하는 사람들도 스마트폰 꺼내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도착한 첫날 장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꼬마아이 한명이 따라왔다. 처음에는 돈을 달라고 구걸하더니 무시하자 들고 있던 장본 봉투를 잡아들고 뺏으려고 했다. 작은 꼬마여서 뺏기지는 않았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거리에 우리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술먹은 청년들이 외국인에게 시비를 걸고 집단으로 달려들기도 한다고 한다. 안그래도 security 담당자가 엄청 겁을 줬는데 첫날부터 일을 겪고 나니 귀중품은 모두 속주머니 속으로 넣게 된다.

     

    아마 스마트폰을 꺼내드는 것은 나 같이 길 모르는 사람 뿐. 오피스를 찾아가고 집에 돌아가느라 어쩔 수 없이 구글 맵을 켰다. 그런데 달리는 차보다 소매치기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날씨였다. 두터운 장갑을 끼고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걸었는데 5분 만에 손이 얼 것 같다. 스마트폰 화면이 꺼져서 장갑을 벗고 화면을 밀어 넘기는 순간이 너무 괴로웠다. (몽골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는데 못찍는 이유도 너무 추워 서다.) 10분 걷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손을 녹이기 일 수이다.

     

    울란바토르 교통체증이 극심하고 길거리에 걸인들이 늘어난 것은 환경오염과 도시화로 생긴 불평등 때문이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화가 진행되어 유목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었고, 2016년 기준으로 울란바토르에는 전체인구에 절반 가까이가 거주한다. 좁은 곳에 사람이 몰려드니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이 심해졌다. 일자리도 부족해졌다. 실업률이 증가하고 도시에서 주택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거리로 나오거나 외곽에 게르촌을 만들어 생활하게 됐다. 결국 경제적 불평등은 범죄율을 높이고 치안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모든 사회문제를 사회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되지만 분배가 제대로 되지 못하면 어떤 댓가를 치러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UNFPA에서 담당하는 사업이 몽골 젊은 세대가 자립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시켜서 몽골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것이다. 내가 맡은 일은 지극히 일부분이지만 앞으로 6개월간 몽골에서의 출근이 기대된다. 물론 퇴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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