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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에 가다3 (영어면접, 국문면접 후기)
    평화학 2016. 1. 5. 16:45




    평화복지대학원 입학에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첫 영문 면접을 보고 나서다. 평화복지대학원 입학 과정은 원서지원, 1차 국문 논술시험, 2차 영문 면접, 3차 국문 면접을 거치게 된다. 일부러 국문 면접과 영어면접이 있는 일주일에 휴가를 받았다. 휴가 첫날이 영어 면접 날이었는데 학교 위치상 부대에 양해를 구해서 6시경 출발했던 기억이 난다. 다른 대학원 면접과 다를게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내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질문들로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결국 그 면접 질문들로 인해 입학을 결심하게 됐다.


    면접 첫번째 조로 배정받아 긴장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4명의 학생들이 함께 들어갔는데 앞에 교수님이 5분이 계셨던 기억이 난다. (더 계셨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무난하게 자기소개를 시키셨다. 그리고 몇가지 무난한 질문과 답변들이 오고 갔다. 그리고 나서 한 교수님이 (아마 원장님이였던 것 같다) 국제사회에 자기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보셨다. 이 질문부터 내 대답이 꼬이기 시작했다. 아예 refugee 문제라고 했으면 됐을텐데 다른 지원자와 다른 무언가를 어필하고 싶은 마음에 머리 속에서 계속 창의적이고 색다른 답변을 생각했다. 그리고 내 입에서 나온 대답이 현 UN안보리 체제가 국제 사회에 가장 큰 문제점이고 이로 인해 UN이 여러 국제 문제들에 적시에 개입을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답변을 듣자마자 그 교수님은 그러면 왜 Nation State 주권국가가 필요하고 그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고 나는 바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였다면 여러가지 답변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신경쓰이는 면접장에서 나는 얼어버렸고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교수님은 답변은 나중에 해도 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는 말을 하셨다.


    그리고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옆에 있던 남학생이 IS와 테러리즘을 문제라고 지적했는데 한 교수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다. 그 학생과 내 이름이 크리스챤 이름 같은데 두 사람의 기독교 신앙이 테러단체의 신앙과 어떻게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성악설, 성선설, 아니면 중립인지 무엇을 지지하는 지를 물어보셨다. 점점 머리가 하얘지기 시작했다. 영어 면접인데 성선설, 성악설을 영어로 뭐라고 해야할지도 몰랐고 갑자기 내 신앙과 연결시켜서 물어보시니 내 신념을 전달하자니 더 머리가 꼬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먼저 답변을 시작한 친구는 부모님은 기독교이지만 나는 다른 길을 선택했고 지금은 무신론자라면서 답변을 했다. 더 대조되기 시작하면서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계속된 예상치 못했던 질문들에 이미 혀는 굳어가고 오늘 면접은 망했다 라는 생각만 맴돌았다. 뭐라고 뭐라고 열심히 하고 나오긴 했는데 내 생각과 입이 따로 놀고 엉터리 이야기만 늘어놓다 나왔다. 학교 정문을 나서면서 부끄러움이 가득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교수님들께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떨어질 것을 예상했는데 합격했다는 소식과 국문면접을 보게 됐다. 영어면접 때 실수한 것들을 국문면접에서는 만회해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첫 질문은 9월 21일이 무슨날인지 아냐는 질문이었다. 3명의 면접자가 모두 모르겠다고 했는데 이 날은 조영식 학원장님이 제안해 UN에서 지정된 세계 평화의 날이였다. 그러면서 이 날에 특별한 행사와 홍보 방법등을 물어보셨다. 무난한 질문이였는데 남들과 다른 차별된 답변을 하고 싶다는 욕심에 세계 평화란 말은 국경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는 의미로 여권없이 여행하는 것 어떻냐는 말도 안되는 답변을 내놨다가 교수님들의 어두워진 표정을 봐야 했다. 그리고 나서 이 날을 공휴일로 재정하기 위해서 국가에 한 공휴일과 바꿔야 한다면 어떤 날과 바꿀 것이냐는 질문을 하셨다. 머리 속에서 크리스마스 같은 종교적 공휴일이 떠올랐는데 역시나 평범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나서 했던 답이 내가 가장 가장 소중한 것을 포기해야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내가 가진 가장 가치있는 것을 포기해서라도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그렇기 떄문에 우리나라 건국을 기념하는 개천절이나 광복절 같은 가장 중요한 날과 바꿔야 한다는 답변을 했었다. 여기 까지는 선방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다음 질문으로 한 교수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다. 토마스 피케티에 대해서 들어봤는가, 그의 저서가 전세계에서 인기를 끄는데, 불평등이라는 것이 나쁜 것인가 좋은것인가? 그리고 나쁘다면 왜 나쁜 것이냐? 라는 질문을 하셨다. 다시 머리가 하얘졌다. 불평등? 당연히 나쁘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공부해왔는데, 그것이 나쁜것인지 좋은것인지, 그리고 나쁜 이유가 뭔지 물어보셨다. 이 질문을 듣고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았다. 이 질문을 받고 내가 이 공부를 왜 하고 있지? 평화학을 왜 공부하고 왜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사회문제 지적을 하고 왜 그랬던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인데 한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불평등에 대한 담론은 넘치고 넘쳤지만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 왜 나쁜지, 왜 해결해야하는지 명쾌한 답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쩌면 내 불확실한 대답이 내가 공부하는 이유를 못찾고 방황하고, 학교를 가는 것을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였다. 면접에서는 또다시 머리와 입이 따로 놀며 말도 안되는 답변을 드리고 나왔다. 그러면서 학교 밖을 나서며 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Why, 왜 인권을 공부하고, 왜 불평등을 해결해야하며, 왜 세계 평화를 위해서 노력해야하는지, why를 물어본적이 없었다. 방법들은 가득차고 다른 이념들을 가지고 피튀기게 논쟁을 했지만 정작 한번도 why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질문들로 면접은 엉망으로 치뤘지만 감사하게도 합격하게 됐다. 그리고 입학해서 평화복지대학원에서 들었던 모든 수업들은 단순히 Theory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왜 공부하는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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