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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뉴욕행 싼 티켓의 전말: 저가 항공 꼼꼼히 살펴야 하는 이유
    헝그리 뉴욕 라이프 (UN본부 인턴기) 2018. 1. 29. 15:18



    헝그리 라이프의 첫 단계는 큰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아무리 자잘한 소비를 줄여도 큰 지출이 생기면 예산을 줄이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항공권은 적게는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 까지 가격 차이가 심해서 어떤 티켓을 사느냐에 따라 경비 차이가 벌어진다. 그렇지만 무조건 싼 티켓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번에 내가 산 뉴욕행 티켓이 그랬다. 항공권 구매에 노하우가 많다고 자부하는데 이번 뉴욕행 예매는 처참한 실수였다. 나의 실패를 통해 저렴한 티켓을 살 때 꼼꼼히 살펴야 하는 점을 소개한다.


    뉴욕행 왕복 항공권 50만 원!

    인턴십 시작일이 1월 8일로 확정되고 표를 찾기 시작했다. 이미 미국 비자 발급비 20만 원과 건강검진비 등 기타 지출이 많아서 최대한 저렴한 항공권을 찾아야 했다. 날짜는 근무 시작 전에만 입국하면 됐는데 집도 구하고 구경도 할 겸 1주일 정도 여유를 두고 가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한 주 전부터 표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날짜별로 가격 차이가 상당했다. 보통 크리스마스 기간에 비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예상외로 그 기간 푯값이 가장 저렴했다. 뉴욕의 겨울이 워낙 추워서 인기 있는 시즌이 아닌가 보다. 어쩌면 이번 겨울의 강추위 때문에 항공권이 더 쌌던 걸지도 모른다. 12월 24~29일 기간 인천-뉴욕(JFK) 왕복 항공권 최저 금액은 세금 포함 50만 원 대였다. 그리고 30-31일은 60-70만 원대, 1월 1일이 이후로는 70만 원이 넘어갔다. 모두 최저 항공권 기준으로 대부분 저렴한 항공은 중국발 경유 항공이고, 직항은 120만 원이 넘었다. 


    참고로 최저가 비행기 표는 Kayak, Skyscanner, Google Flight을 수시로 들어가 검색하며 가격을 비교했다. 어디서 검색하느냐에 따라서도 가격차이가 10-20만 원 이상 차이가 났다. 스카이스캐너가 제일 저렴한 표를 잘 찾는 것 같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G마켓 여행도 스카이스캐너만큼 저렴하고 안전한(?) 표를 잘 찾는다. 다음에는 지마켓까지 꼭 검색해보고 결정해야겠다. 


    출국 날짜는 푯값을 보고 정하기로 했다. 항공권 비용을 절약하면 지원비 일부를 생활비에 보탤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싼 티켓을 사고 싶었다. 그런데 12월 연말까지 하던 일이 마무리가 안 돼서 크리스마스 기간 50만 원대 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1월 1일부터는 푯값이 10만 원 이상 비싸, 12월 31일을 출발일로 정했다. 경유시간은 별로 고려치 않았다. 단기 여행객이라면 컨디션과 여행 일정을 고려해 비싸더라도 최단시간 항공권이 좋지만, 나는 다음날 스케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장시간 경유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이전의 중국을 경유해서 보스니아를 간 적이 있는데 중국에서 무료 임시 체류 비자를 받아서 여행한 적이 있다. 중국어 한마디도 못 했는데 베이징 공항에서 와이파이를 잡아 여행 일정을 짜고 중국어를 노트에 옮겨 적어 베이징 1일 투어를 성공적으로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나 싶다. 지금은 그런 무모한 도전은 자신 없지만 미리 경유  티켓을 사면 중국 여행 계획도 세워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런 목적으로 가격은 싸고, 경유 대기 시간이 긴 티켓을 찾아 나섰다. 


    싼 티켓의 함정 1. 중국을 두 번 경유. 비자 발급으로 12만 원?


    그렇게 해서 스카이스캐너로 검색하고 국내 항공사를 통해 티켓을 첫 번째 티켓을 예매했다.



    원하는 출국/귀국 날짜에 최저가 티켓이었다. 왕복 항공료가 세금 포함 782,000원이었다. 두 번 경유를 해야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발권을 하고 나서야 뭔가가 이상했다. 다른 게 아니라 보통 중국을 여행할 때는 비자가 필요하다. 발급 비용이 최소 5만 원, 당일 발급은 12만 원까지 한다. 그런데 중국을 경유해서 다른 나라로 바로 갈 경우에(24시간 이내, 상하이 지역은 3일 이내) 무료 임시 체류비자가 발급된다. 그래서 나는 이 혜택을 당연히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표를 샀던 것이다. 그런데 이 표를 잘 보면 인천 -> 쿤밍(중국) -> 상해 (중국) -> 뉴욕 일정인데, 쿤밍에서 상해로 중국 국내 이동이 포함되어 있다. 표를 구매할 때는 어떠한 안내사항도 없었다. 비자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여행사에 바로 문의를 했다. 상담원도 정확히 알지는 못했는데, 비자가 필요해 보이며 비자가 없으면 공항에서 발권이 취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요일(12/29) 오전이었는데 일요일 출발(12/31) 표였고 취소하고 싶으면 오후 5시 이내로 취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당일 취소라 취소료는 발권료 만원이었다.  


    알아보고 연락하기로 하고 인터넷을 검색했다. 그런데 정보가 많지도 않았지만, 의견도 분분했다. 어떤 도시로 처음 입국하느냐에 따라 2번 경유해도 비자가 면제될 수 있다는 의견이 보였다. 그런데 여행사 안내처럼 중국 내 어떤 도시는 정책이 달라서 비자 없이는 국내 환승이 거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정보를 찾을 수 없으니 공항에서 표가 취소되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환승하자고 12만 원을 주고 당일 비자를 발급받자니 90만 원짜리 표를 사는 것과 같았다. 그냥 마음 편하게 취소하고 1회 경유하는 표로 다시 알아보기로 했다. 지금도 이 여정이 비자 없이 경유가 가능한지 궁금증이 남는다. 



    두 번째 티켓 발권. 상하이에서 공항 변경. 공항 이동은 알아서...


    이틀 후에 출발하는 티켓, 그것도 12월 31일. 푯값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올라갔다. 이미 첫 번째 티켓을 구입하고 취소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난 상태였다. 취소하고 보니 다른 티겟 가격은 이미 80만 원을 훌쩍 넘겼다. 몇 시간 만에 10만 원이 올라간 것이다. 게다가 2회 경유 티켓을 제외하니 가격대가 많이 올라갔다. 그렇게 해서 결국 찾은 최저가 티켓은 동방항공의 상하이 경유 편이었다.




    가격은 92만 원. 이럴 거면 그냥 중국 비자를 발급받을 걸 그랬나 후회가 들었지만 이미 취소한 후였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예약하느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상하이 환승 공항과 시간이었다. 표를 자세히 보면 환승하는 공항이 다르다. 김포-> 상하이 (홍차오 공항) 31일 저녁 9시 5분 -> 상하이 (푸동 공항) 다음날 11시 30분 -> 뉴욕 일정인데 상하이에서 환승 공항이 바뀌는 것이다. 별생각 없이 그런가보다 싶었다. 근데 또다시 문득 생각이 들었다. 홓차오 공항에서 푸동 공항까지 이동하는 교통편이 제공되는 것일까?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비슷한 항공편을 샀던 사람들의 후기를 검색하고, 중국에 있는 친구들, 여행을 많이 다니는 친구들에게 SOS를 보내고 도움을 구했다. 결론은 항공사가 도와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특가 표는. 더 충격적인 사실은 홍차오 공항에서 모든 짐을 다 찾고, 그 짐을 들고 푸동 공항으로 가서 다시 체크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환승공항인데 셔틀버스가 제공되지 않을까 하고 검색에 나섰다. 지하철이던 셔틀버스던 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다음 발목을 잡은 것이 도착 시각이었다.

    알고 보니 보통 홍차오 공항에서 푸동 공항까지는 약 1시간 정도 거리이고 보통은 지하철, 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 이용 시 우리 돈 2천 원~5천 원 정도면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막차 시간이 있었다. 11시 이전으로 대부분 운행이 끝난다는 것이다. 내 표는 홍차오 공항에 밤 9시 5분 도착하는 일정이다. 지연 가능성도 있고, 짐 찾고 입국심사를 하면 1시간 정도 걸리고, 정류장을 찾느라 시간이 걸리면 여차하면 버스를 놓치는 애매한 타이밍이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복병은 홍차오 공항 1 터미널에 도착하는데 푸동 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2 터미널에서 탈 수 있다. 문제는 1 터미널에서 2 터미널까지는 거리가 멀어서 걸어가지 못한다. 셔틀버스는 1시간에 1대밖에 운행을 안 하고, 지하철을 타자니 짐이 많고, 아니면 택시를 타야 한다. 약 20분 거리로 여기서도 시간을 보내면 애써 터미널을 이동했다가 푸동 공항 가는 버스를 놓칠 수가 있었다. 더군다나 24kg 케리어 2개, 백팩, 기내용 보조가방 하나 까지, 수많은 짐을 들고 가야 했다. 결국 방법은 택시 밖에 없었다. 우리 돈 약 3만 원 정도 든단다. 그런데 미리 이야기하면 택시비로 5만 원(350위안)을 지출했다. 처음에는 택시기사가 8만 원을 부르기도 했었다. 결국 싼 표 사려다가 생각지도 않은 중국에서 바가지 택시요금까지 지출해야 했다. 호텔을 잡았으면 숙박비도 추가됐을 텐데 푸동 공항에서 노숙하며 숙박비는 따로 들지는 않았다. 


    이 표를 예매하고 출국 전까지 무사히 미국에 갈 수 있는지 어찌나 걱정되는지 전날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친구들에게 문의하고 인터넷을 뒤져보며 열심히 중국어로 택시 타는 방법들을 준비하며 말이다. 이마저도 미리 알아봤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아무것도 모르고 공항에 갔으면 어쩔 뻔했나 모르겠다. 


    결국, 중국돈 환전까지 약 10만 원을 추가 지출했고 100만 원 넘게 주고 표를 산 것이다. 해외 사이트에서 원화결제로 표를 구매해서 2만 원 정도 추가 수수료 붙은 것은 애교 수준이다.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할 때는 현지 통화로 결제를 해야 환전 수수료가 나가지 않아 유리하다. 


    맨 처음 표를 살 때 5만 원 정도만 더 주면 이런 고생 없이 쉽게 환승해서 가는 표가 있었다. 5만 원 아끼려고 2회 경유를 선택했다가 표를 취소해야 했다. 또 그 시간만큼 푯값이 올라 두 번째 표는 중국 내에서 공항 변경이라는 상상도 못 한 티켓을 사게 된 것이다. 5만 원 아끼려다가 20만 원 이상 추가 지출을 한 셈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잠 못 이룬 밤은 말할 것도 없다. 싼 티겟을 구매한 전말이다. 물론 모든 싼 티켓들이 이런 것은 아니다. 꼼꼼히 확인하고 체크하면 된다. 헝그리 라이프 시작부터 쉽지 않다.




    헝그리 뉴욕라이프 

    브런치 연재 전체보기: https://brunch.co.kr/magazine/hungry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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